글,사진 : 티노  |  편집 : 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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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9일 디즈니+를 통해 조금 특별한 추리 예능 하나가 공개됐다. 빠니보틀, 페이커, 최양락, 엄지윤, 신성록, 김선태, 최강창민, 김현수, 범규, 박주성. 좀처럼 한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10명의 출연자가 하나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제목은
〈머더클럽〉. 총 6부작으로 제작된 AI 미스터리 추리 게임쇼다.

   ‘머더 미스터리’라는 장르 답게, 매번 새로운 살인 사건이 주어지고, 출연자 모두가 그 사건 속 인물이자 용의자가 된다. 플레이어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정보와 상황 속에서 거짓말하고, 숨기고, 상대를 의심하며 그들 사이에 숨어 있는 단 한 명의 범인을 찾아야 한다. 야구장에서 조선시대의 유배지, 교도소까지 사건의 무대도 계속해서 달라진다.

  테이블 위에서는 카드 몇 장과 텍스트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었던 사건의 현장이 영상 속에서는 실제 세계가 되어야 한다. 플레이어에게만 주어지던 비밀 정보는 시청자에게도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는 제작진조차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벌어진다.  때문에 여기에 〈머더클럽〉은 또 하나의 실험을 더했다. 바로 AI다.

  제작진은 AI 기술을 활용해 출연자들이 실제 사건 속 인물이 된 듯한 장면을 구현하고, 현실에서는 재현하기 어려운 다양한 시대와 공간을 사건의 무대로 펼쳐냈다. 그렇게 송준수 PD는 자신의 첫 연출작에 게임과 예능, 그리고 AI라는 세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엮어냈다. 그리고 그 출발점에는 방송을 만드는 PD이기 이전에 ‘보드게임’을 좋아해 온 한 명의
‘보드게이머’가 있었다. 좋아하던 게임의 경험을 거대한 추리 예능으로 확장한 사람, 송준수 PD에게 〈머더클럽〉이라는 게임은 어떻게 탄생하고 설계되었는지 직접 만나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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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더클럽〉을 기획 및 연출한 송준수 PD

티노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송준수 PD : 반갑다. 디즈니+ 〈머더클럽〉을 연출한 송준수 감독이다. 이번에 ‘머더 미스터리를 하는 클럽’이라는 주제로 추리 예능을 만들었는데, 빠니보틀, 엄지윤, 최양락, 페이커 선수를 비롯해 다양한 분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어봤다.

티노 : 〈머더클럽〉을 기획하면서 여러 추리 장르 가운데 ‘머더 미스터리’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송준수 PD : 원래 추리 예능이나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그 시작이 셜록 홈즈 소설이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안 하고 핸드폰에 텍스트로 받아서 전부 읽었다.(웃음) 그러면서 추리에 대한 흥미를 굉장히 많이 느꼈다. 이후 애거서 크리스티 같은 작품들도 보고, 영화도 찾아보면서 언젠가 추리 쪽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해왔다.

또 나는 독특하고 특이한 추리도 좋아하지만, 정말 잘 만든 작품을 보면 결국 정통으로 돌아오는 게 좋더라. 대저택에서 사건이 벌어지는 것처럼 익숙한 클리셰가 있더라도 그것을 얼마나 잘 살리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이브스 아웃〉 같은 작품도 굉장히 좋아했다.

물론 머더 미스터리도 많이 즐겼다. ‘구두룡 저택의 살인’이나 파티 시리즈도 재미있게 했고, 〈셜록 홈즈 컨설팅 디텍티브〉처럼 지도를 가지고 진행하는 아날로그적인 게임도 좋아한다. 그리고 결국 머더 미스터리는 플레이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플레이하느냐, 어떤 단서를 뽑느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따라 경험이 전부 달라지기 때문이다.

티노 : 그렇다면 처음부터 출연진을 염두에 두고 머더 미스터리를 선택한 것은 아니었던 건가?

송준수 PD : 기획이 먼저였다. 원래 광고와 뮤직비디오 같은 영상을 만들었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일이 줄었다. 그러다 ‘경기 흐름을 타는 일을 하면 계속 남 탓을 하면서 살게 되는 것 아닌가. 내 콘텐츠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당장 영화를 만들기는 어려웠고, 사업적으로 만들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하다 예능을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막 뛰어다니고 웃기는 예능은 경험도 없고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더라. 그렇다면 평소 취미로 즐기던 머더 미스터리를 예능으로 만들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추리 예능이 이미 있지만, 나는 ‘진짜 추리를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단순히 단서와 동기를 찾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내가 셜록 홈즈를 보며 느꼈던 정통 추리의 재미를 살리고 싶었다. 그렇게 기획을 먼저 만들고, 이후 좋은 플랫폼을 설득하려면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분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으로 출연진을 구성했다.

티노 : 처음 기획했던 〈머더클럽〉도 지금 공개된 형태와 같았나?

송준수 PD : 아니다. 처음 기획한 건 2024년이었다. 당시에는 하나의 머더 미스터리 사건이 중간중간 실시간 이벤트를 거치면서 8화까지 이어지는, 굉장히 긴 호흡의 형태였다.

그런데 첫 시도이기도 하고 여러 현실적인 부분이 있으니 처음부터 그렇게 큰 볼륨으로 가지 말고, 하나의 스토리를 2화 정도에 녹여 여러 사건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러면 여러 이야기를 시도하면서 피드백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래서 첫 번째 사건은 야구장을 선택했다. 다른 데서 많이 나오지 않았던 장소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한국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풀어볼까 고민하다 조선시대를 선택했고, 마지막 미로교도소는 앞의 두 사건보다 조금 더 머더 미스터리다운 주제를 가져오고 싶었다.

세 사건의 추리 방식도 조금씩 다르다. 첫 번째 사건은 대부분 동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두 번째는 오히려 그 동기가 페이크였고, 두 번째는 조선시대라는 배경과 인물들의 사연을 보여주는 데 조금 더 초점을 맞췄다. 세 번째는 타임라인과 ‘누가 언제 어디를 지나갔느냐’를 맞추는 퍼즐적인 요소를 좀 더 넣었다.

티노 : 직접 머더 미스터리를 플레이하는 입장과, 그것을 예능으로 만드는 연출자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을 것 같다.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송준수 PD : 플레이어일 때는 인물들의 비밀을 하나씩 캐가는 게 너무 재미있었다. 알다시피 머더 미스터리를 처음 시작하면 사실 1라운드에는 할 이야기가 별로 없다.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뭘 물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도 모른다.

그런데 서로 대화를 나누다 갑자기 정보 하나가 툭 튀어나오게 되는데, 그런 퍼즐 조각들을 하나의 덩어리로뭉쳐서 나만의 스토리와 흐름을 만들어냈을 때가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머더 미스터리의 재미는 개개인의 이야기가 한 공간에서 하나의 큰 흐름으로 묶였을 때 생기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짜는 것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직접 게임을 만들어보니 플레이할 수 있도록 단서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특히 방송에서는 단서를 시각화해야 하는데, 피 묻은 야구방망이나 운동화 같은 물증을 실제로 만들어 보여줘야 했다. 일반적인 머더 미스터리에서는 텍스트로 애매한 증언을 주고 플레이어들이 연결하게 만들 수 있지만, 우리는 시청자에게도 보여줘야 하니 공개되는 정보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출연자분들이 헤비 플레이어가 아니어서, 물증을 보고 모든 조각을 즉시 맞추는 플레이를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증거에 접근하는 것 자체는 쉽게 만들면서도, 그것을 통해 실제 추론까지 이어지는 과정에는 조금 난이도가 남아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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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트로 계속 등장하며 추리에 중심에 있었던 ‘빠니보틀’

티노 : 출연진을 캐스팅하면서 ‘이 사람은 이런 역할을 해주겠구나’ 하는 기대가 있었을 것 같다. 실제 플레이를 보고 가장 예상 밖이었던 출연자는 누구였나?

송준수 PD : 가장 놀랐던 분은 박주성 셰프님이었다. 추리를 정말 잘하셨다. 다만 방송인도 아니고 목소리가 큰 성격도 아니셔서 본인의 추리를 완성했는데도 그것을 크게 주장하지 않고 본인만 정답을 맞히고 끝났다.

처음에는 ‘이분은 진행을 주도해 재미를 만들어주겠지’, ‘이분은 중간중간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주겠지’, ‘이분은 범인 역할을 잘 연기하겠지’ 같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과 다르게 흘러갔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김현수 선수가 추리를 거의 다 하셨고, 두 번째는 박주성 셰프님이 추리를 굉장히 잘하셨다. 세 번째에서는 범규님이 예상 밖이었다. 아이돌이고 예능적인 포인트를 잘 살려주실 거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계속 추리를 이야기하면서 페이커님을 혼자 파고들었다. ‘이게 정말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는구나’ 싶었다.

결국 진행할 수록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게 되었다. 평소 추리를 좋아해서 잘할 것 같은 사람도 한 번 헛다리를 짚으면 그 생각에 깊게 빠져버릴 수 있고, 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사람이 굉장히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현수 선수도 실제 야구선수로서 관련 지식을 중간중간 던져주실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예 그 흐름을 끝까지 가져가며 플레이어로서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셨다. 또 실제 야구선수가 야구장이라는 테마에서 이야기를 해주니 몰입감도 더 컸다.

티노 : 제작진이 생각한 시나리오를 100이라고 한다면, 실제 출연진은 몇 퍼센트 정도 예상대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송준수 PD : 한 20% 정도?(웃음)

우리 머릿속에서는 ‘이걸 숨겨놓으면 누군가 발견하고, 그러면 이렇게 되겠지’라는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막상 촬영하면 ‘왜 이분이 이 생각을 못하시지? 평소에는 너무 잘하시는데?’ 하는 일이 생긴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랜덤성도 있다. 촬영장에서는 출연자들도 긴장한 상태이기 때문에 우리가 편하게 게임할 때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빨리 다음 것을 만들고 싶다. 머릿속에 해보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

티노 : 방송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것이 라운드마다 정보가 단계적으로 공개된다는 점이었다. 너무 중요한 단서가 일찍 나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끝까지 나오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의도적으로 설계한 것인가?

송준수 PD : 맞다. 1라운드에는 밀담이 없다. 내가 머더 미스터리를 할 때도 첫 라운드에는 서로 할 이야기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첫 라운드에서는 일단 서로의 앞면을 트게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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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라운드마다 제작진이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단서가 있고, 출연자들이 직접 단서를 뽑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거기서 공개 물건 단서나 카드에 적힌 비밀 단서를 얻는다.

비밀 단서를 굳이 카드로 만든 데에도 이유가 있다. 다른 방식으로 전달해도 되고 그냥 종이에 적어줘도 되지만, 나는 계속해서 출연자들에게 ‘지금 여러분은 머더 미스터리를 플레이하고 있다’는 감각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카드를 선택했다.

티노 : 그리고 라운드 후반에는 CCTV가 등장한다.

송준수 PD : 3라운드가 되면 CCTV를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영상은 AI로 구현했다. 우리 머더 미스터리는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는 각자가 무언가를 숨기려고 한다. 그러다가 CCTV가 나오면서 ‘여기까지가 거짓말이고 여기부터는 진실이다’라는 것이 드러나는 구조를 생각했다.

첫 번째 사건은 실제 야구장의 CCTV라는 설정이고, 세 번째는 교도소 데이터를 확인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에는 CCTV가 없지 않나. 그래서 생각한 것이 귀신이었다. 귀신이 모든 것을 보고 무당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무당이 그것을 받아 적거나 그림으로 보여주는데, 현대의 CCTV가 하던 역할을 조선시대에서는 족자가 대신한 셈이다.

티노 : 처음 기획에서는 아예 하루 종일 하나의 사건을 플레이하는 형태도 생각했다고 들었다.

송준수 PD : 그렇다. 2024년에 처음 짤 때는 하루 종일 플레이하는 형태를 생각했다. 하나의 스토리를 길게 가져가는데 중간에 쉬는 시간이 생기면 출연자들이 집에 가면서 추리를 해버릴 수 있다. 화장실에서 잠깐 만나서 “그런데 말이야” 하면서 정보를 풀 수도 있고.(웃음)

그래서 모든 것을 계속 촬영하면서 아침부터 밤까지, 내가 하고 싶은 건 거의 20시간 가까이 찍고 다음 날 아침이나 새벽에 범인을 지목하는 형태였다.

나는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그분들이 정말 그 상황 안에 있는 것처럼 진행하고, 모든 것이 끝난 다음 게임 밖으로 나와 후일담을 이야기하는 그림을 좋아한다. 그 안에서는 배신과 타협, 논쟁과 회유가 벌어지고 마지막에는 행동 순서에 따라 선택하면서 반전이 만들어지는 식으로 엔딩까지 본 뒤 밖으로 나와 그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게임의 완성은 게임의 후일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티노 : 〈머더클럽〉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AI의 활용이다. 제작사 이름부터 ‘스카퍼 AI’인데, 처음부터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었나?

송준수 PD : 기존 예능과 어떻게 다르게 만들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우리는 원래 광고 영상을 만들던 회사였는데, 단순히 영상을 찍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기술도 무기로 가져야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AI를 잘 활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나는 AI 영상이 말도 안 되는 상상의 세계를 열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CG라는 개념의 접근성이 낮아진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넓어졌다.

실제로 단서를 만들 때도 AI가 있으니 훨씬 수월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밖으로 나가 직접 촬영해야 했을 장면들이 많았다. 우리는 스튜디오 촬영만으로도 경기장에 갈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갈 수도 있고, 선수 대기실이나 누군가의 집, 회사, 교도소, 파티장, 자동차 안까지 다양한 공간을 보여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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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감을 위해서 AI를 활용해 상황을 보여주었다 (사진 : 디즈니 플러스)

티노 : 그렇다면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AI는 계속 활용할 생각인가?

송준수 PD : AI 활용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주제의식을 잘 섞는 것이기에...

또 〈머더클럽〉은 과거나 다른 공간, 숨겨진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AI가 필요했다. 하지만 다른 예능에서는 현장 자체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그런 작품에서는 거기에 맞춰야 한다. 제작사로서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AI를 넣겠다는 것은 아니다.

티노 : 플레이어의 몰입과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몰입도 서로 다를 것 같다.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나?

송준수 PD : 두 가지 AI 작업이 있었다.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CCTV를 통해 직접 보는 영상이 있었고,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시청자를 위해 추가한 영상이 있었다.

티노 : 그렇다면 앞으로의 작품에서도 AI는 계속 활용할 생각인가?

송준수 PD : AI 활용은 계속 이어질 것 같다. 다만 억지로 넣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주제의식을 잘 섞는 것이기에...

또 〈머더클럽〉은 과거나 다른 공간, 숨겨진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AI가 필요했다. 하지만 다른 예능에서는 현장 자체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그런 작품에서는 거기에 맞춰야 한다. 제작사로서 적절하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지, 무조건 AI를 넣겠다는 것은 아니다.

티노 : 플레이어의 몰입과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몰입도 서로 다를 것 같다. 어느 쪽에 더 중점을 뒀나?

송준수 PD : 두 가지 AI 작업이 있었다. 출연자들이 현장에서 CCTV를 통해 직접 보는 영상이 있었고, 나중에 편집 과정에서 시청자를 위해 추가한 영상이 있었다.

티노 : 마지막으로, 직접 〈머더클럽〉을 만들어보니 보드게임적인 재미가 예능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머더 미스터리 외에도 방송으로 풀어보고 싶은 보드게임이 있는지 궁금하다.

송준수 PD : 나는 보드게임이라는 것이 사실 컴퓨터 게임이 생기면서 앞에 ‘보드’라는 명칭이 붙어버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짜 보드게임은 재미있는 놀이와 게임을 종이 위에 압축해놓은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어떤 보드게임이든 이미 압축되어 있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다시 풀어내느냐다. 잘만 풀면 영화가 될 수도 있고, 예능이나 게임 예능이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칸반〉은 자동차 공장에서 모두가 직원이 되어 일하고 관리자가 평가하는 게임이다. 실제 현실을 게임으로 압축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다시 풀어서 실제 자동차 회사 직원처럼 부품을 가져오고, 시간에 쫓겨 뛰어다니고, 관리자의 평가를 받는 형태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복도를 뛰어가는 것이 맵을 움직이는 것이고, 부품을 가져오는 것이 타일 행동이며, 손에 든 부품이 개인 보드에 있는 자원이 되는 것이다.

물론 보드게임의 모든 규칙을 방송에 그대로 담을 수는 없다. 개인판만 조금 복잡해져도 화면으로 보여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게임이 왜 만들어졌고 무엇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가 하는 그 기획 의도에 초점을 맞춰 다시 풀어내면 어려운 게임이든 쉬운 게임이든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티노 : 결국 보드게임을 방송에서 그대로 플레이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다시 현실의 스케일로 풀어버리는 셈인가?

송준수 PD : 그렇다. 물론 스케일이 커지면 제작비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웃음) 그래도 그냥 해보고 싶은 거다.

그리고 보드게임에는 아직 후벼 팔 수 있는 창작의 루트가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 한 것처럼 자동차 예능을 한다면 〈칸반〉이나 〈썬더로드 벤데타〉 같은 게임에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보여줄 수도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가능한 한 보드게임을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티노 : 보드게임이 많이 노출 된다니, 생각만해도 행복한 것 같다. 그럼 마지막으로 BGZ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

송준수 PD : 보드게이머로서 보드게임 잡지가 책으로 출간됐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떻게 보면 신세대에서 구세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 않나?(웃음) 그럼에도 나는 그런 아날로그적인 것을 좋아한다.

물론 잘 만든 피규어도 좋지만, 그냥 나무 토막 하나를 놓고 “이게 병사야”라고 하는 것도 너무 매력적인 것 같고, 같은 나무 조각이 어떤 게임에서는 병사가 되고, 다른 게임에서는 단순한 표시물이 되는 이런 것은 보드게임에서밖에 할 수 없는 경험이다.

그리고 또 보드게임은 결국 사람들이 직접 만나서 해야 하지 않나? 손으로 만지고, 보고, 듣고, 다양한 감각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더 깊게 빠져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또 무엇보다 보드게임은 정말 지적인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병원을 운영하는 게임도 있고 자동차를 만드는 게임도 있고 날씨를 만드는 게임도 있다. 종이 위에서 벌어지는 일을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지 늘 놀랍다.

잡지도 마찬가지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을 수 있는 종이고, 한 장 한 장 직접 넘겨야 한다는 건 스마트폰으로 수많은 정보를 스크롤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경험이다.

그래서 나는 이 보드게임 잡지가 단순히 잡지의 역할만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보드게이머들이 이 잡지를 보는 순간까지 응원하겠다.

〈머더클럽〉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어느새 보드게임과 방송,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수많은 게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는 방송을 만드는 PD이기 이전에 한 명의 보드게이머였기에 가능한 상상들이었다. 〈머더클럽〉을 첫 번째 플레이로 삼은 송준수 PD가 다음에는 어떤 게임을 현실로 펼쳐낼지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