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실버건 | 편집 : 토라
다시 시작된 출발점 ― 다이스베이스볼에서 스윙앤롤까지
‘스윙앤롤’의 시작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제 첫 작품이었던 ‘다이스베이스볼’을 다시 바라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게임입니다.
‘다이스베이스볼’은 보드게임 작가로서 처음 세상에 선보였던 작품이자, 지금의 작업 방향을 만들어 준 출발점과 같은 게임입니다. 여러 게임을 개발하며 경험이 쌓인 이후,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내가 첫 게임을 다시 만든다면 어떤 모습일까?”
이 질문에서 다이스베이스볼 리마스터 개발이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정리된 핵심 메커니즘은 새로운 게임인 스윙앤롤로 확장되게 되었습니다.
기존 다이스베이스볼이 야구의 흐름을 충실히 담아내는 데 초점을 두었다면, 스윙앤롤에서는 그 안에 이미 존재하던 핵심 구조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는 방향으로 발전시켰습니다.
핵심 목표는 단 하나였습니다. ‘야구를 잘 몰라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승부’
게임의 중심이 되는 ‘타격 범위’와 ‘투수의 공 범위’라는 두 개념을 분리된 규칙으로 두는 대신 하나의 상호작용 구조로 결합했고, 두 선택이 만나는 순간 결과가 자연스럽게 이해되도록 설계했습니다. 이를 통해 복잡한 규칙 설명 없이도 플레이어가 즉시 게임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젬블로 사업화를 통한 성장
스윙앤롤은 젬블로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혼자 개발할 때와 가장 크게 달랐던 점은 다양한 전문가의 시선에서 게임을 검토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여러 멘토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게임의 흐름, 인터페이스, 플레이 경험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고, 특히 담당 멘토이신 올린님의 도움은 매우 컸습니다.
올린님께서 그래픽 디자인까지 직접 담당해 주시면서 저는 시스템과 플레이 경험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훌륭한 디자인과 명확한 인터페이스가 더해지자 플레이어의 몰입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같은 규칙임에도 게임이 훨씬 쉽게 이해되는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함께 멘티로 선정되었던 주봉환 작가님과의 교류 역시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스포츠 게임 매직넘버일레븐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실제 플레이 감각과 스포츠 게임 특유의 템포에 대한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같은 사무실을 사용하며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주신 전임 협회장이자 존경하는 보드게임 작가이신 이주화 작가님의 조언 또한 개발 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특히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영감을 받은 근거 있는 긴장 구조,
일반 플레이어도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는 카드 카운팅 시스템
등 메커니즘적인 측면에서 게임을 더욱 쉽고 직관적으로 다듬을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피드백 덕분에 복잡함은 줄이면서도 플레이의 긴장감은 유지하는 설계가 가능해졌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좋은 게임은 혼자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시선과 경험 속에서 다듬어지며 완성된다는 것.
인디보드게임마켓 시연과 예상 밖의 확신
샘플 제작이 완료된 시점, 독일 에센 슈필 일정과 인디보드게임마켓 일정이 겹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직접 시연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저는 인보마 행사에서의 선공개 시연을 야구를 잘 모르는 긍무나님께 부탁드린 채 출국하게 되었습니다.
출국 당시에는 기대보다 걱정이 더 컸습니다. 개발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게임의 매력이 충분히 전달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센에 머무르는 동안 예상하지 못한 반응들이 도착하기 시작했습니다. 행사 후기와 플레이 피드백, 그리고 DM을 통해 다양한 감상이 이어졌습니다.
“야구를 몰라도 재밌다.”
“설명이 간단해서 바로 이해됐다.”
“언제 출시되나요? 나오면 꼭 사고 싶어요.”
이 반응들을 확인하면서 처음으로 확신이 들었습니다.
“아, 이건 됐다!”
개발자가 직접 설명하지 않아도 재미가 전달된다면, 그 게임은 이미 플레이 경험 자체로 완성 단계에 가까워졌다는 의미였기 때문입니다. 이후 전달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세부 밸런스를 조정하고 플레이 흐름을 더욱 다듬어 나갔습니다. 그 결과 게임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고, 기대 이상의 관심 속에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감사의 기록
스윙앤롤은 단순히 하나의 게임을 완성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도움 속에서 성장해 온 과정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테스트에 참여해 주신 모든 플레이어분들, 솔직한 피드백을 보내주신 분들, 개발 과정에서 함께 고민해 주신 멘토님들과 동료 작가님들, 그리고 시연을 맡아주신 긍무나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무엇보다 펀딩에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신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훌륭한 퀄리티의 결과물을 전달해 드릴 수 있게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준비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도 플레이할수록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 계속 도전해 나가겠습니다.

